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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갯벌 메워 벤처단지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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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환경연합
댓글 0건 조회 3,502회 작성일 03-04-0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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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월3일자 신문기사 )

"왜 갯벌 메워 벤처단지 만드나"

2일 오전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 아래쪽 시화호(始華湖) 주변은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로 가득하다. 주민 박모(45)씨는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 아침에는 냄새가 조금 더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시화·반월공단의 7개 폐기물 소각장과 수백개의 소형소각로에서 뿜어대는 각종 화학물질 등이 대기 중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로 변해 악취를 풍기는 것이다. 시화·반월공단의 환경문제 해결에 골몰하던 시민·환경단체들의 표정이 요즘 더 어두워졌다. 수자원공사가 시화호 북쪽 간석지(干潟地)를 매립해 멀티테크노밸리를 조성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 멀티테크노밸리 사업은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리며 환경오염의 대명사가 됐던 시화호는 2001년 2월 정부가 담수호(淡水湖) 계획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화호 북쪽 간석지에는 작은 억새군락지(群落地)가 생겨나고 해마다 재두루미·흑기러기 등 철새 10여만마리가 날아들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공단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북쪽 간석지.

수자원공사 안덕사업단은 “2011년까지 1조 6500억원을 들여 시흥시 정왕동과 안산시 신길동 일대 반월·시화공단 외곽 시화호 북측 간석지 317만평을 매립해 시화 멀티테크노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테크노밸리는 첨단생산(67만평)·일반생산(34만평)·R&D 및 벤처(12만평) 등 113만평이 산업용지로 조성되고, 생산지원(32만평)·상업용지(23만평)·관광휴양용지(9만평)·공공시설용지(140만평) 등이 들어서게 되어 있다.

수공 관계자는 “멀티테크노밸리는 기존의 공단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태·환경을 위주로 하는 청정 공업단지가 될 것”이라며 “공원녹지 비율을 20.3%로 확보해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수공은 대기질 개선을 위해 환경개선기금 300억원을 조성하고, 500억원을 들여 ㈜진도 소각장을 매입해 시설개선을 한 후 시흥시에 기부체납한다는 계획이다.

◆ “사업성은 없고 환경만 파괴”

간신히 살아나고 있는 시화호가 다시 죽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공단 설립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 없다는 것. 시흥환경운동연합 임병준(林炳俊·35) 사무처장은 “첨단업종이라고 할지라도 폐수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며 “하물며 2011년 공단이 조성된 후에 부지가 분양이 되지 않아 다시 공해유발업종이 유치된다면 현재 964만평인 시화·반월공단에 317만평이 추가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시화공단에서 멀지 않은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일대 바다 535만평을 메워 조성되는 송도신도시가 경제특구로 지정돼 그 중 176만평에 정보통신 집적화단지가 조성되면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테크노밸리 계획의 사업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흥·화성·안산시의 20여 사회단체들의 모임인 시화연대회의는 “정부가 정식으로 시화호 담수호 계획을 폐기한 마당에 기존의 개발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수공 관계자는 “이달 중 주민설명회를 거친 후 시·주민·환경단체와의 협의서를 첨부해 4월 말쯤에 경인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