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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는 끝났으나 이 사랑의 여정을 계속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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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환경운동연합
댓글 0건 조회 3,224회 작성일 03-06-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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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는 끝났으나 이 사랑의 여정을 계속 갑니다>


사랑에 빠지기는 쉬운데, 그 사랑을 가슴 깊숙이 오래 품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또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정말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지
표현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국 정부는 6월 10일 새만금 군산 방조제 4공구를 막아버렸습니다.
줄을 짓는 덤프트럭들은 엄청난 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다에 쏟아 부었습니다.
서서히 막혀 가는 물길, 마침내 막혀버린 물길을 눈물 흘리며 그저 바라만 봐야 했습니다.
그나마 가녀린 숨줄조차 조여오자 물살은 갈 곳 몰라 몸부림을 쳤습니다.
이 폭력적이고 야만스런 세상에서 어쩌면 갯벌은 바다는 차라리 자살을 꿈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숨을 쉴 수 없으니 그들은 곧 온 몸이 뻣뻣하게 굳고 시커멓게 죽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죽어가면서도 그 무수한 생명들은 과연 우리 인간을 마지막까지 사랑하고 있을까요?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그 방조제에 들어갔습니다. 갯벌의 숨을 끊는 그 방조제를 거두어들이겠다고. 다시 물길을 놓아 보겠노라고. 장대비 내리는 날, 그들은 간척을 찬성하는 자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모욕과 폭력을 감내하며 방조제를 파냈습니다. 삽과 곡괭이로 2m. 그것을 파내는 데 5시간 여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굴삭기가 다시 그것을 덮어버리는 데는 10분도 채 안 걸렸습니다.

삼보일배. 차로 단 몇 시간이면 그냥 달려갈 길을,
계절이 갈리고 65일 36만 여 걸음 12만 여 번을 절하며 갔습니다.
삽과 곡괭이로 5시간 여, 겨우 허물어 낸 방조제 2m.
참 어리석지 않습니까? 참 바보스럽지 않습니까?

어리석기 짝이 없고 바보 같기가 한없던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 닮고 싶습니다.
그래서 삼보일배는 끝났으나 다시 시작입니다. 죽음의 방조제를 허무는 일은 멈추었지만 계속됩니다. 할 말을 다 했으니 묵언, 침묵 또한 이어집니다. 아직 다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정성을 다하지 못했고, 생명과 평화를 향한 간절한 기도를 미처 다 드리지 못한 탓입니다.

눈물과 땀, 고난과 인내로 뒤범벅이 된 채
함께 사랑하고 함께 걸으며 함께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이 내어주신 사랑은 일보일배로 갚는다 해도 다 갚을 길이 없습니다.
막막하게 시작했던 삼보일배 여정을 은총과 기쁨으로 채우고, 단순함과 충만함 속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눈앞의 결과로만 따지자면 허망하기 그지없는 일, 하지만 보이지 않게 또 길게 보면 우리는 어쩌면 얻을 것을 다 얻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생명과 평화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로 작정한 여러분 덕입니다. 하느님께서 그것을 한없이 아름답게 봐주신 덕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생명과 평화의 큰 강, 큰 물결을 이루게 해주시니 감사 드립니다.
사랑에 대해 더 알게 해 주시고, 그 사랑을 드러내는 것에 용감하게 해 주셨으니 감사 드립니다.
사랑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사랑을 더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시고,
그 사랑의 길을 계속 가게 하시니 참으로, 참으로 감사 드립니다.


2003년 6월 12일, 문규현 신부 드림.